기초생활수급자 김학순(71·가명) 할머니의 월 소득은 87만5000원이다. 이 가운데 36만7000원은 종이박스 등을 주워 팔아 벌었다. 나머지 50만8000원은 주거·의료 등 정부의 기초보장급여에 따른 소득이다. 반면 차상위계층 비수급자에 해당하는 남우순(73·가명) 할머니는 38만8000원을 직접 벌지만 사회부조는 13만원에 불과해 51만8000원이 월 소득의 전부다. 기초보장급여를 받으면 소득이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. 이렇게 남 할머니와 같이 절대빈곤층에 해당하는 차상위계층 비수급자는 117만명이나 된다.
정부는 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보장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
국민기초생활
보장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키로 했다. 2000년 도입된 이후 12년 만이다. 정부는 빈곤층
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올 하반기 태스크포스(TF)를 구성해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쏠림 현상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. 지금까지는 수급자가 되면 주거, 의료, 생계 등을 통합해 지원받았지만 앞으로는
분야별로
맞춤형 지원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.
이날 보고된 ‘2010 빈곤정책선진화를 위한 실태조사’에 따르면 우리나라 빈곤층은 340만명으로 인구의 7%에 해당한다. 이 가운데 155만명(3.2%)이 기초생활수급자, 185만명이 차상위계층(3.8%)이다. 차상위계층 중 비수급 빈곤층이 117만명, 나머지가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사람이다.
정부는 차상위계층을 위해 주거,
교육,
금융, 에너지 분야로 나누어 다각 지원한다. 기초생활보장제를 현행 통합
급여방식에서 개별급여방식으로 바꿔 생계, 주거, 의료, 교육 등 수급자의 필요에 따라 분야별로 지원한다는 것이다. 주거빈곤가구 비중이
기초수급자 계층은 58.3%인 데 반해 차상위계층은 78.5%이다. 따라서
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차상위까지 확대하고 영구임대주택, 기존주택매입 및 전세임대 지원도 하기로 했다. 주택과 관련된 광열수도비 지원도 일부 반영한다.
교육은
방과후학교의 자유수강권을 차상위계층 전체로 넓혔다. 지금까지는 70%에 대해서만 지원했다. 체육바우처도 처음으로 적용된다. 이동전화요금, 전화료, TV수신료, 인터넷요금 등의 감면도 추진한다.
금융지원과 관련해서는 탈수급하면서 차상위로 편입된 이들에 대한
근로장려금 지급 신청조건을 완화해 연착륙을 돕는다. 희망홀씨론 등 서민금융을 이용한 대책도 마련된다.
한편 빈곤층의 대물림 방지가 시급하다고 보고
고졸·대졸 자녀가 기초수급 중단을 우려해 취업을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현물급여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. 현행은 자녀의 월 소득이 72만원을 초과하면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된다. 이와 함께 생계형 소형 차량만 소유해도 사회 급여를 받기 힘든 재산환산 기준을 개선 또는 완화해 빈곤 사각지대를 줄여 나갈 방침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