누군가 나에게 물었다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김 종 삼

누군가 나에게 물었다. 시가 뭐냐고

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.

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

서울역 앞을 걸었다.

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

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.

그런 사람들이

엄청난 고생 되어도

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

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

그런 사람들이

이 세상에서 알파이고

고귀한 인류이고

영원한 광명이라고

다름 아닌 시인이라고.

 

   이 시는 김종삼 시인이 1982년 펴낸 시집 <누군가 나에게 물었다>에 실려 있는 작품이다.
 
김종삼 시인은 1953년 시를 처음 발표했다. 이 시를 발표할 때까지 대략 30년 가까이 시를

써 온 셈이다. 시인은 그동안 꾸준히 시를 써 오면서 시가 뭐냐고 하는 물음을 다른 사람에

게서 자주 받기도 하고,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을 것이다. 그때마다 자신은 "시인이 못

됨으로"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.
 
그런데 어느 날 시인은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. 그리고 저물녘

남대문시장에 이르러서는 빈대떡을 사 먹었다. 그때 비로소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소중한

깨달음을 얻었다. "엄청난 고생 되어도/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/있으므로 슬기롭게

사는 사람들이" "다름 아닌 시인이라고" 이들이 일하고 땀 흘리면서 온몸으로 쓰는 시가 참

다운 시라고,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시가 진짜 좋은 시라고, 붓이나

펜으로 쓰는 시만 시가 아니라고.

  그러고 보면 이 시는 오래도록 시를 써 온 시인이 마침내 깨달은 시에 대한 귀한 생각을 시

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.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. 괜

스레 말을 비틀고,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써야만 좋은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. 쪼개고

따져 보지 않아도 대번에 알 수 있고, '아, 정말 그렇구나!'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런 시

를 많이 읽으면 누구나 '슬기롭고, 맘 좋고, 인정이 있는' 사람이 되고, 시를 더 가까이 할 수

있고, 좋은 시를 많이 쓸 수 있게 될 것이다.  -윤동재-